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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43

피니 / 죠르미스

AM 4 : 42

미스타는 눈을 떴다. 배가 고팠다. 배에 손을 올린 채 미스타는 얼마간 누워 있었다. 얇은 커튼을 따라 보름달이 물결쳤다.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장면들은 안개에 덮인 듯 뿌옇다. 배가 고파서 그런가보다. 답을 내리자 머릿속이 말끔해졌다.

배고플 이유는 많았다. 암살 임무를 수행하느라 점심을 걸렀다. 자정이 넘어서 돌아와 씻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웠다. 흔한 일이지만 식당에 내려가고 싶을 만큼 배가 고픈 건 흔하지 않았다. 미스타는 슬리퍼에 발을 끼워 넣었다.

복도를 걸었다. 나란챠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빈집 같은 적막에 뒷목이 당겼다. 몇 가지 의심이 뻗어나갔다.

불이 왜 이 모양이야?

목소리가 몇 겹으로 울렸다. 미스타는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고 생각했다. 슬리퍼를 벗고 맨발로 계단을 밟았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했다. 뱃속이 꾸륵댔다. 침이 고였다. 이상한 밤이다. 긴장과 허기짐이 같이 느껴지다니.

식당 안쪽에서 주황색 점이 일렁였다. 미스타는 바지에서 총을 꺼냈다. 벽에 등을 기대고 움직였다. 냉기가 등으로 전해졌다. 점들이 뿌연 주황빛으로 합쳐졌다. 미스타는 방아쇠에 검지를 걸었다.

미스타.

익숙한 목소리가 어둠을 건넜다.

 

AM 2 : 54

죠르노.

미스타는 벽에서 몸을 뗐다. 빛이 눈을 찔렀다. 식탁 중앙에 일렬로 세워진 촛대들이 탁한 금빛으로 번쩍였다. 속을 파낸 호박은 사람 머리만한 크기로 빛을 뿜었다. 지그재그로 빛나는 입 앞에는 호박맛과 옥수수맛 막대사탕이 쌓여 있다. 호박맛은 초록, 옥수수맛은 검은색 바탕에 주황색 줄무늬다. 사과 사탕의 꼬치에 주황색 리본이 매였다. 설탕 코팅이 결을 만들어 흘러내렸다. 대칭으로 사과와 호박맛 캐러멜이 쌓여 있다. 손가락 뼈가 그려진 포장지가 주황빛으로 반짝였다. 세로로 긴 식탁 양 쪽에 검은 의자가 세 개씩 놓였다. 자리에 앉을 사람들은 이글거리는 호박 머리를 마주보며 음식을 먹을 것이다. 호박 머리는 다섯 개, 좌석은 일곱 개다. 죠르노의 자리엔 잭 오 랜턴 대신 호박 파이가 놓였다.

죠르노는 짧은 면에 앉았다. 붉은 셔츠를 입고 검은 정장을 어깨에 걸쳤다. 촛불 탓에 눈밑이 검다.

이게 다 뭐야?

트릭 오어 트릿.

천장까지 뻗은 그림자가 미스타를 내려다보았다.

 

AM 4 : 56

죠르노가 오른손으로 식탁을 두드렸다. 호박 머리가 없는 자리다. 의자는 소파처럼 푹신했다. 갈비 아래로 선득한 느낌이 지나갔다. 회상하기 전에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미스타는 포크와 나이크로 호박 파이를 가져왔다. 입 안에 달콤함이 번졌다.

언제 준비했어?

비밀이에요.

죠르노의 손가락 사이로 파이용 나이프가 돌아갔다. 옆날이 짙은 붉은빛을 반사했다. 미스타는 우물대며 두 번째 조각을 가져왔다.

다른 사람은?

곧 올 거예요.

깜짝 파티가 실패했네.

그러게요.

죠르노는 아쉽지 않은 얼굴로 카라멜을 입에 넣었다.

 

AM 5 : 04

미스타. 제가 몇 살로 보여요?

촛불이 왼쪽으로 꺾였다. 어둠이 죠르노의 눈을 삼켰다.

몇 살이긴. 니 나이대로 보이지.

미스타는 사과 사탕에 나이프를 박는데 신경을 집중했다. 칼날에 설탕가루가 달라붙었다. 그릇 밖으로 튕기지 않도록 손끝에 힘을 실었다.

몇 살처럼 생겼는데요?

청소년.

보스인데요?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 바닥은 나이보다 실력이야.

그래도 청소년이니까, 어른과는 다른 방식의 실수를 할 수 있잖아요.

나이프가 튕겼다. 미스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뭐 잘못했어?

…….

그럴 수 있지. 어른도 멍청한 실수를 저지른다고.

그런가요?

칼끝이 은접시에 부딪혔다. 손바닥으로 진동이 전해졌다. 손잡이를 눌렀다.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사과를 하느냐, 수습에 앞장서느냐로 어른과 애새끼가 나뉘는 거야.

미스타가 총을 꺼내기 전에 사과 사탕이 여덟 조각으로 잘렸다. 칼날이 손바닥처럼 펼쳐졌기 때문이다. 아니. 손바닥이다. 마디가 끼긱대며 꿈틀거렸다. 입맛이 떨어졌다.

멤버들 깨울까?

죠르노가 미스타의 손목을 잡았다.

쓸데없는 짓이에요.

냉기가 어린 말이다. 왜? 미스타는 물음표를 삼켰다.

촛불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꼿꼿하게 불빛을 드러냈다.

 

AM 5 : 08

미스타는 꼬치로 사과 사탕에 구멍을 냈다 .

할로윈엔 죽은 사람이 돌아온대요.

죠르노는 접시에 카라멜을 내려놓았다.

최악이네.

왜요?

타깃이 되살아나잖아.

하지만 동료들을 만날 수 있잖아요.

감상적이네.

다른 맛 캐러멜이 비스듬히 놓였다. 죠르노는 십자 모양을 내려다보았다. 뺨 위로 주황빛이 일렁였다.

죽은 동료들을 만나면 어떨 것 같아요?

기쁘겠지?

헤어질 때는요?

엄청 슬프겠지. 솔직히 보내기 싫을 거야. 내년에 못 올 수 있잖아.

그렇죠?

그래도 보내줘야지.

미스타는 어른이네요.

너라도 그럴걸?

아니요. 저는…

죠르노의 입이 닫혔다.

 

AM 5 : 13

미스타. 저를 쏘세요.

 

AM 5 : 14

조직원 죽였어?

한두 명인가요.

그렇긴 하지. 그럼, 조직을 배신했어?

제가 보스입니다.

그럼 왜?

식당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웅얼대는 소리는 경쾌한 대화처럼 들리다가 어느 순간 울음소리가 되었다. 헷갈릴 수 없는 목소리다. 일어나려던 미스타는 오른손에 쥐어진 총을 발견했다. 언제 꺼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죠르노는 총구를 자신의 가슴으로 겨누었다. 장난이 아니다.

시간이 없어요.

뭔 소리야?

설명을 하면 미스타는 날 쏘지 않아요. 지금까지 그랬어요.

미스타의 손등에 핏줄이 섰다.

발소리가 겹쳐 들렸다. 후고가 나란챠에게 소리를 쳤다. 아직도 수학 문제를 틀리냐는 말이었다. 나란챠가 욕설을 뱉었다.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만해. 오늘은 할로윈이야. 부차라티의 말에 웃음이 묻어났다. 미스타는 어디 있어? 죠르노랑 있을 거야. 트리시의 질문에 부차라티가 대답했다. 굽 소리에 웃음소리가 섞였다. 오랜만이야. 부차라티. 나야말로, 잘 지냈어? 응, 너는? 긴 휴가를 즐기는 중이지.

죠르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AM 5 : 28

어둠이 식당 안으로 밀려들었다.

붙잡을 생각 없었어요.

미스타의 손목이 가벼워졌다. 총이 바닥에 떨어졌다.

스탠드를 탓할 수 없어요. 제 의지니까.

목소리와 발소리가 멈췄다. 갑작스러운 적막에 속이 뒤틀렸다. 머리가 욱신거렸다. 미스타는 의자에 몸을 맡겼다. 촛불은 그들의 다리를 간신히 비추었다. 부차라티의 바지에 흙물이 들었다. 나란차의 바지가 발목부터 무릎까지 찢어졌다.

트릭 오어 트릿!

환호성이 쏟아졌다.

 

AM 4 : 43

미스타는 눈을 떴다. 배가 고팠다.

배고플 이유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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